오늘도 약간 다른 주제로, '피부과에 쓰는 돈, 얼마 정도면 적당할까?'입니다.
어린 시절 (아주 어렸을 때는 아니고 연세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당시 과외 아르바이트로 제가 옷이나 음악 CD를 사는 것을 보고 아버님이 제게 "쓸데없는 데다 왜 그렇게 돈을 쓰니?"말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네, 저희 부모님은 6.25 전후에 태어나신 세대이고, 각각 3남매, 6남매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매우 어렵고 힘들게 자란 세대라 사실 돈 쓰는 것에 인색한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필요'의 기준이 많이 다른 세대죠.
아버님께서는 제가 옷이 이미 있는데도 한벌 두벌 더 사는 게 마치 게임을 하지 않는 제가 게임아이템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보셨을 것 같습니다.
피부과에서 돈을 쓰는 문제도 관점의 차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남녀가 많이 다를 수 있을 텐데요, 저희 병원에는 40~60대분들도 오시지만 종종 20~30대분들도 월급을 모아 200~500만 원대 써마지, 스컬트라, 티타늄리프팅 시술을 받기도 100~300만 원대 전신 레이저제모를 결제하고 받기도 하십니다. 같은 나이대 남자분들은 젊은 직장인이 피부과에 이런 정도의 돈을 지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러면서 월리스료 200만 원대의 벤츠나 비엠더블유 자동차를 타는 남성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
매년 200~1000만 원이 되는 돈을 자동차에 쓴 사람과 피부에 쓴 사람이 똑같이 나이 40이 되었을 때, 한 명은 40 그대로의 얼굴이고, 다른 사람은 30~35세 정도의 동안이라고 할 때, 자동차는 거의 값어치가 없지만 얼굴은 남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꼭 누가 더 돈을 현명하게 썼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지겠죠?
또한 여성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인 샤넬가방, 에르메스 가방 등은 요즘 500~1000만 원을 넘어가고 있으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가방을 든 사람과 좋은 얼굴을 가진 사람과 선택을 하라면 어느 쪽이 나을까? 하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끔 대화 주제로 흔하게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있는데
"만약, 정말 아무것이든 사고 쓸 수 있을 정도로 100억이나 1000억 정도 돈이 생겼다고 할게, 그런데 막상 아무것도 사고 싶은 게 없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사고 싶은 게 없을 수가 있나?'라고 대답하는 분도 있고, '정말 그럴 수 있지.'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저 또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가면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비싼 옷? 톰포드 정장 두벌 사보니 더 이상 사고 싶은 것도 없고, 올해는 디올 반팔티 하나, 셀린느 긴팔니트를 하나 샀는데 그나마도 기존에 입던 상의들이 몇 년 입어서 낡은 느낌이 나니 피부과 원장으로 너무 안 쓰는 느낌도 별로라 산 것뿐입니다.
(사실 제가 가장 즐겨 입는 옷은 H&M의 쿨맥스 원단 XXL 오버사이즈핏 1만 원대 반팔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거울을 보거나 (사실 나이 들수록 남자는 거울도 잘 보지 않습니다. 세수할 때 빼고는 말이죠.) 찍힌 사진에 주름살이 있어 보이거나 할 때는 깜짝 놀라서 레이저 장비가 있는 방으로 뛰어가거나 거울을 보고 보톡스를 놓습니다.
사고 싶은 것은 줄어들지만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은 바람은 점점 더 커져가기 때문이죠.
피부과에 어느 정도의 돈을 쓰고 싶느냐는 따라서 그 사람의 나이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보통 나이가 어릴 때는 패션이나 자동차 등에 돈을 쓰고 싶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보다는 얼굴이나 자산관리에 관심이 커지기 마련이죠. 그때가 되면 1000만 원짜리 명품가방이나 7000만 원짜리 벤츠보다는 한두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는 얼굴이 간절해지는 때가 옵니다.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에서 류가 "무엇을 가장 가지고 싶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할 때 사회자가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고 싶은 것들은 한두 번 사고 나면 이제 그 빛을 잃어버리게 되기 일쑤입니다. 무라카미 류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류라 해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얼굴과 젊음에는 관심이 많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려서는 시간은 넘쳐났는데 돈은 없었고, 나이 들어서는 돈은 있는데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 아쉽고 소중하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시간의 가치는 사람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 시간을 조금이라도 묶어놓는, 얼굴과 생물학적 나이만이라도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를 쓰는 게 현명한 것일까요?
글 장웅철 원장(W의원 삼성점 대표원장)
www.w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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